Random Thoughts/MBTI

내향적인 것이랑, 내성적인 것은 다르지 않나

어린밤 2021. 3. 7. 22:01

자존감, 자존감 도둑 이라는 키워드로 유튜브 검색하는데

남인숙 작가 영상 포함 내성적, 내향적 사람에 대한 영상이 줄줄이 올라와있어서 몇 개 클릭해봤다. 

흠....


우선 난 '내성적'인 사람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찾아보기도 귀찮음.

그리고 내성적인 사람이 아닌, '내향적'인 사람이란,

에너지를 사람들과 함께가 아니라 혼자 있을 때 충전하고, 사람들고 있으면서 사용하는 메커니즘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고 지금까지 생각해왔다.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막 힘이 나면 외향, 혼자 쉬면서 사람들과 부대낄 힘이 충전되면 내향.

그런데 대뜸 <내성적인 사람=내향적인 사람=그냥 살면서 소심하고 자기 할 말 잘 못하는 사람> 이라는 뜻으로 뭉뚱그려서 영상이 올라오는 걸 보고 일단 공감이 안됐다.왜 저 셋이 같다고 생각하는 거지?


기억나는 영상 제목 중에 '내성적인 사람이 무례한 사람에게 대처하는 법'.. 이런 것 등이 있던데. 그러면서 '내향인'은 그 앞에서 말을 잘 못한다거나, 자기 자존감을 깎아서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더라. 이건 걍 틀린 이야기 아닌가?

내향적인 것이랑 자존감이 낮은 것은 완전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갠적으로 극내향이라고 생각하는데 성향이....

사람들이랑 있으면 빨리 피곤해진다. 그래서 혼자 긴 시간 있다가 가끔씩 고개 내밀고 사람들이랑 부대끼다 또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그 사이클, 이 내 성향에 '건강한' 사이클인 것이다. 그런데 이게 사람들이랑 있을 때 할 말 다 못하는 것이랑은 전혀 상관이 없다. 오히려 마이웨이 강하고, 주관은 당연히 센 편, 그리고 가끔은 너무 할 말 다하고 욱하는 성격도 좀 있어서 일부러 두 번 생각하고 참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이게 사람들과 있을 때 우물쭈물 하는 거랑 내향이랑 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부대끼면 피곤하니까, 그만큼 상대방 기분 일일이 배려하기도 지치고, 그래서 말이 좀더 대충, 차갑게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는 것 같고. 


요즘, 내가 말없고 조용하니까 만만한줄 알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있던데, 저게 내성적인 사람에 대한 편견에서 나오는 건가 싶다.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내가 너한테 웃고 유하게 대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닌데 할 말 안할 말,누울 자리 아닌 자리 구분을 못하네 싶다. 당황스럽다. 왜냐면 최근 몇년 간 겪었던 사람들의 집단에서는, 말을 아끼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조용하다기 보다는, 사람을 가려서, 친해지고 싶은 사람한테만 말을 하고, 나머지에겐 그냥 조용히 웃으면서 말안하는 사람들만 본 듯..? 누구한테 말로 무례하게 군다던가, 집단에서 대놓고 악의를 가지고, 만만하니까 디스한다던가 하는 사람을 본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리고 내향인들은 상대방말을 잘 들어준다고 하는데.

내향인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인프피라서 혹시라도 상대 감정이 상할까봐 생각해서 그런 것도 있고, 반드시 잘 들어주는 것만도 아니다. 관심없는 이야기는 오히려 내향인이라서 못듣는다. 내가 사람한테 쓸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관심도 없는 이야기에 괜히 공감하면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거든. 

그래서 딱히 이 주제로 계속 말하고 싶지 않으면 적당히 몇 마디 받다가, 몇 초 대답 안하다 따른 화제로 돌린다. 내향이라서 오히려 잘 안들어줌..... 그나마 내가 F라서 그렇지 내향+사고 유형은 얼마나 그럴 때 단호할까ㅋㅋㅋ 아무튼 거리가 있다는 점.

그리고 집단 속에서 대화할 때 막 말할 타이밍을 놓친다? 라는 말도 있던데. 글쎄.

이게 무슨 토론이라면 그럴 수 있는데, 꼭 일일이 듣고 응답 안해도 되는 잡담일 경우에는, 굳이 내가 말할 타이밍을 잡을 필요가 있나..? 내가 그 안에서 꼭 말해야해? 그냥 분위기만 적절히 타주면 되지. 그리고 진짜 그룹 내에서 꺼내오고 싶은 주제가 있으면 대화 흐름 잠깐 멈췄을 때 던지는 것에도 별 거리낌이 없다. 주춤하게 되는 건, 이 주제가 지금 사람들의 무드에 맞나? 이 주제에 소외되는 사람 없이 참여할 수 있는가? 또는 속내일 경우,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이 내 속내를 밝힐 정도로 믿을만한 사람들만 모였나? 정도 고려해서 말을 아끼는 것이지...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써 아쉬운 게, 이 성향을 어떻게 이해하고, 또 자기의 성향에 맞게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가 거의 없는 듯. 위 처럼 틀린 가이드나 있고.....

근데 관찰해보니까,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 넘어가면서 내향적인 사람들이 자기 성향을 이해하면 되게... 끌리던데... 

ㅋㅋ이걸 뭐라해 아무튼.